에너지 인사이드

GS에너지가 전하는 10가지 이야기

첫째, 에너지: 문명의 원천 2편

2010.11.24

20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정말 획기적인 세기였다. 모든 것이 놀라운 수준으로 달라졌다. 30억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섰고, 40대에 머무르던 평균 수명이 70대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최빈국이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췄고, 지난 60년 동안 평균 수명은 30세가 늘어났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풍요롭고, 건강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누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유, 평등, 박애, 인권을 앞세운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 것도 20세기의 가장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발전의 원동력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가 이룩한 놀라운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석유'(石油)였다. 석유는 말 그대로 ‘돌기름’(rock oil)이다. ‘광물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15세기 독일의 광물학자 아그리콜라가 남긴 ?화석의 성질에 관하여?에 처음 등장한 ‘petroleum’이라는 단어도 역시 돌 틈에서 스며 나오는 검고 끈적끈적한 돌기름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원유’라고 부르기도 하는 석유는 사실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구약성서에도 석유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그러나 채취, 운반, 저장, 활용이 모두 쉽지 않았던 고대의 기술 수준에서 석유는 건축, 의약품, 종교 의례, 접착제, 미라의 보존 등 지극히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런 석유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와 항공, 그리고 다양한 석유화학 산업의 발달이 석유의 적극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화학에 대한 이해와 석유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첨단 기술이 개발된 덕분이었다. 결국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신 발전을 기록한 ‘석유의 세기’가 돼버렸다.

다양한 연료와 소재의 원료

현대 사회에서 석유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활용된다. 그 첫째가 바로 자동차와 항공기, 전기 생산, 또는 난방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되어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석유에서 생산되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액체 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운반과 저장이 편리하기 때문에 수송용 내연기관의 연료로 널리 사용된다. 석유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소재를 생산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료이기도 하다. 합성 섬유, 합성 플라스틱, 합성 의약품 등이 대부분 석유를 원료로 생산된다. 심지어 합성 고무와 세제까지도 석유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석유 속에서 석유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석유에서 생산된 합성 소재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천연 소재와는 달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석유의 어두운 그림자

그렇다고 석유가 인류에게 밝은 빛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20세기는 한편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세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참혹한 전쟁이 이어졌던 세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20세기에 일어났던 거의 모든 전쟁이 석유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것이었다. 석유 자원이 중동, 러시아, 미국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인류는 석유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참혹한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오늘날 석유는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가 지구의 자연 환경을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석유 덕분에 숲이 더 우거지게 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70년대부터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게 되면서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던 우리의 산이 울창한 푸른 숲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의 과다한 사용이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석유의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켜 재앙에 가까운 기후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절박하게 필요한 새로운 대안

이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던 석유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과연 우리가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무작정 석유를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잔인한 것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에너지와 소재의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것이 한 세기 동안의 번영을 누렸던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사적 책임이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 자연과학부 화학전공

학력

  • 미국코넬대학원 이론화학 박사
  • 서울대학교대학원 물리화학 석사
  • 서울대학교 화학 학사

경력

  • 現 경기대 이사
  • 現 (사단)과학독서아카데미 회장
  • 現 한국과학학창의재단 이사
  • 現 산업기술연구회 이사
  • 現 서강대 자연과학부 화학전공 교수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 Princeton Univ. 연구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